“생태 복원” vs “농사 피해” … 낙동강 하굿둑 개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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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시 “2025년 수문 완전 개방”
파괴됐던 을숙도 철새 서식지 복구
바닷물 때문에 농사에는 지장
피해 농민 1만8000명 설득해야

1987년 완공돼 부산시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의 낙동강 하굿둑.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을 여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최근 “2025년까지 하굿둑 수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을 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낙동강 하굿둑 인근 농민들은 “하굿둑을 개방하면 염분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반면 환경단체는 “하굿둑으로 파괴됐던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라며 찬성하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지어졌다. 부산시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 높이 18.7m의 둑으로 16개 수문이 달려 있다.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이곳을 막은 것은 두 가지 목적이었다. 하나는 염분 때문에 농사가 힘들었던 낙동강 인근 4억㎡의 땅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또 낙동강 수위를 높여 부족한 식수와 농업·공업용수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었다. 여기엔 1539억원이 투입됐다.

성과도 있었다. 하굿둑 인근 땅에서는 연간 2만t 정도의 식량 생산이 늘었다. 해마다 6억4800t의 물이 확보되면서 식수 등 용수난도 줄었다. 하굿둑을 건설하며 강바닥에서 긁어낸 흙으로는 주변 습지를 메워 낙동강 하류에 택지와 공단을 조성하기도 했다.

반면 하굿둑 건설로 환경 파괴도 있었다. 하굿둑 인근 을숙도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 해 100만 마리 이상의 고니·기러기 등이 찾아오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이곳에 플랑크톤·조개류·민물게·물고기 등 먹잇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굿둑 완공 후 90년대엔 철새 개체수가 기존의 5~10%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을숙도가 부산시민의 생활폐기물과 분뇨·준설토를 묻거나 버리는 섬으로 지정되면서 철새의 낙원은 악취와 벌레가 들끓는 ‘쓰레기섬’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2003년부터 부산시가 을숙도 살리기에 나서고 철새공원을 조성하면서 철새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지만 여전히 20여만 마리에 불과하다.

생물종도 크게 줄었다. 이곳의 명물이었던 재첩은 사실상 씨가 말라버렸다. 이 밖·에도 60여 종의 절반이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4대강 사업 이후 강물 정체 현상이 녹조류 번식으로 이어져 하굿둑 건설의 핵심 이유였던 식수원 취수마저 힘들어지고 있다. 서 시장이 하굿둑 개방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지난 9월 공식화한 배경이다.

서 시장은 “낙동강 생태계 복원은 우리의 후손과 이 나라 미래를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엔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하굿둑 개방을 위한 실무기획팀(TF)을 꾸려 농민·어민·공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하굿둑 개방으로 농경지 피해를 입게 될 낙동강 하구 농민 1만8000여 명에 대한 설득과 보상이 첫 숙제다. 대체 식수 등 각종 용수 마련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만만찮다.

김경철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집행위원장는 “하굿둑 건립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정부를 설득한다면 하굿둑 개방도 충분히 성사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본 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1908696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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