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201호’의 수난, 다음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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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위협받는 큰고니 생태, 겨울철 도래 현황 ‘반토막’

이경호, 오마이뉴스

올해 금강에서 월동중인 큰고니 논에서 먹이를 채식중인 모습이다. ⓒ 이경호

겨울이 시작된지도 벌써 한참이 흘렀다. 2월 중순이면 겨울철새들은 하나둘 북상을 시작한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들은 월동지에서 자리를 잡아 생활하고 있는 시기를 맞았다. 각자 겨울을 보내고 수천 km를 이동하는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월동지의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적정하게 먹고,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하면 수천 km의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들은 월동지를 찾아오는 데도 매우 민감하다. 지형변화나 먹이의 변화에 따라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철새들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결정하는 월동지인 우리나라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해마다 크고 작은 개발사업들로 서식 환경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금강을 찾아오던 큰고니에게도 서식환경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09년부터 시행했던 금강정비사업이 그 중심에 있다. 금강을 살리겠다고 시작한 사업은 새들에게는 죽이는 일이 됐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 금강을 찾아오는 새들은 꾸준히 감소해 하향 평준화되는 형국이다.

특히, 금강을 찾아오던 국제적 보호종인 큰고니는 말그대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돼 있고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 목록(Red List)에도 등재돼 있는 매우 귀한 종이다. 이렇게 귀한 큰고니는 금강에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되면 찾아오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월동하다 다시 북상한다.

천연기념물 지정을 하면 뭐하나…

금강에 큰고니 도래현황 강경에서 금강하구까지 큰고니 도래현황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한남대야생조류연구회 금강의 겨울철새 조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전인 2008년 이전에는 250~350개체가 매년 월동하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2010년 본격적인 4대강 공사이후 71~158개체로 반토막이 났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금강에 찾아오는 큰고니는 하향 평준화 추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500여개체 내외가 도래한 것으로 조사 되었다.

2000년대 중반 300여 개체 내외로 줄어 월동해오던 큰고니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100여개체 내외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지난 12월 21일 금강겨울철새 조사에서는 78개체가 확인된 게 전부다. 앞으로 금강에 큰고니의 개체수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환경이 크게 개선되거나 번식지인 시베리아에서 좋은 소식이 없다면, 100여 개체 내외로 월동개체군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멸종위기종으로 보고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지만, 개발 앞에선 이런 보호종 지정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 사례는 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법적보호종이 서식하는 지역은 보전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고,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전을 위한 노력도, 개발사업에 제동도 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억 년의 지구 생물 역사상 생태계는 새로운 종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면서 평형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금 멸종의 속도는 지구 생태계가 평형을 유지했을 당시 멸종 속도보다 무려 1000배나 빠르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생물이 매일 50∼100종씩 멸종된다고 추정한다. 아무리 많은 종수가 서식하는 지구라고 해도 이런 속도의 멸종은 인간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경고하고 있다.

‘큰고니 멸종’으로만 끝날까

금강에 찾아오는 큰고니도 이런 멸종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금강에서 큰고니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또 다른 위기다. 22조 원 재정을 퍼부어서 금강을 얼마나 살렸는지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큰고니처럼 죽어가는 금강의 모습은 언제든 볼 수 있다.

4대강이 만들어 놓은 금강에 큰고니 멸종이 큰고니에서만 끝난다면 참 다행일지 모를 일이다. 멸종의 마지막은 결국 인간이다. 지금과 같이 개발의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에 대한 현실성이 없는 보호대책만을 유지한다면 인간의 멸종은 더 빠르게 찾아올 것이다. 금강정비사업으로 급감한 큰고니는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도 포스트 4대강 사업을 꿈꾸는 개발을 중단하고, 종 보전에 나선다면 미래에 희망은 있다. 희망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제 개발의 광풍을 멈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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