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너는 누구냐?

권전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728392_208958_55511987년 겨울, 홍콩에서 288마리가 확인된 저어새는 언제 멸종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있었다. 1996년, 남북한, 중국, 타이완, 홍콩, 베트남, 일본 등에서 온 조류 전문가들이 베이징에 모여 저어새 보전을 위한 국제워크숍을 개최했고 2년 후엔 위성 추적장치를 단 저어새가 강화도 북단 무인도에서 번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 7월, 강화남단갯벌과 저어새 번식지는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됐고 이후 한국의 전문가들에 의한 저어새 번식과 생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저어새 박사인 권인기에 따르면 저어새의 몸길이는 74∼80cm이고 바위나 흙 위에 둥지를 만드는데 둥지 재료는 나뭇가지와 풀을 사용한다. 번식 시기는 3월 말부터
7월 말이며, 번식지의 대부분이 한국이고 일부 번식지가 북한, 중국, 러시아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겨울을 보내는 월동지는 타이완, 중국, 홍콩, 일본, 제주도 등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2017년 현재 3천941마리가 확인돼 멸종위기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남한에 위치한 번식지가 16개소인데 그중 11개소가 인천에 속한다. 즉, 세계적으로 저어새의 고향은 한국이고 그 중 인천에서 대부분 태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가운데 인천은 저어새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저어새 월동지가 있는 홍콩에는 중국 본토와의 경계에 위치한 마이포 습지[EAAF003]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습지가 있다. 과거 새우양식장으로 쓰던 공간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철새들의 천국을 만든 곳이다. 새우양식장이었기 때문에 우리네 논처럼 여러 칸으로 구획이 나뉘어져 있어 각 칸마다 물 깊이를 다르게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새들이 먹이를 먹고 쉴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새들은 다양한 크기를 갖기 때문에 다리 길이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다리길이에 맞게 물 깊이를 조절해서 그들이 쉽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관리하는 것이다.

 

마이포 습지 주변에는 양어장이 많이 있다. 이들 양어장은 가을까지 고기를 키우고는 소독을 위해 겨우내 말려 다음 해를 준비하는데 11월쯤부터 찾아오는 저어새와 도요물떼새를 위해 물을 늦게 빼서 물속에 남아 있는 작은 물고기를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어민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홍콩에서 양어장에 남은 물고기를 새들에게 먹였다는 말을 듣고 강화남단 양어장을 기웃거려 봤다. 한번은 양어장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주인 아저씨가 달려와 큰 소리로 나무랐다. 모든 양어장이 그렇겠지만 방역에 크게 신경을 쓰는데 아무나
그 곳을 드나드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외국사례는 참고만 해야지 그대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현장공부를 하게 됐다.

 

저어새는 왜 우리나라, 그것도 인천에서 번식할까? 그것은 넓은 갯벌이 첫째이고 다음은 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봄이 되면 수많은 갯벌 생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새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아울러 봄이 되면 농부는 논에 물을 대어 논을 습지로 만들어 새들의 먹이터가 되게 한다. 거기에 더해 논에 물을 대면 저수지와 농수로, 하천의 수위는 낮아져 저어새의 먹이터가 사방에 형성된다. 어린 저어새는 이유식을 먹듯 논과 같은 민물에서 어미새가 잡아온 작은 물고기와 고동 등을 먹게 된다. 논에서 벼가 자라면 활동이 불편해진 저어새는 다시 갯벌로 나와 먹이를 먹는다. 즉, 저어새는 한반도의 기후와 지형 그리고 우리 민족의 농경패턴과 일체화된 새라고 생각된다.

 

송도에 저어새를 위한 먹이터를 만든다고 한다. 저어새가 우리 땅을 찾는 이유에 맞게 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효율적인 먹이터를 만들어 준다면 다양한 생물이 살게 될 것이고 따라서 다양한 새들이 찾는 훌륭한 습지가 될 것이다. 인천이 고향인 저어새가 이 땅의 갯벌과 논에서 잘 먹고, 잘 커서 먼 훗날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 http://www.kihoilbo.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728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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