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8·끝] 섬의 생태적 정체성

기사: 김민재 kmj@kyeongin.com, 경인일보

섬은 ‘고립성’과 ‘소통성’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갖는다. 바다로 둘러싸인 독립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목적과 원인에 의해 왕래가 이뤄진다.

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섬의 생태적 정체성’이란 주제로 강의하면서 “생물은 고립된 섬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유전적 특성을 발휘하며 진화한다”고 말했다.

갈라파고스나 하와이, 이스터섬 같이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의 경우 그 섬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의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하지만 인간이 섬에 정주하면서 곡류나 채소, 가축 등 새로운 생물종을 도입하고 개발한 결과, 고유종이 외래종에 의해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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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가 지난 9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 강사로 나와 ‘섬의 생태적 정체성’이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제공

섬의 이중적 성격은 땅과 육지라는 두가지 속성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여기에 갯벌이라는 대규모 이질적인 환경을 결합하면 ‘고립’과 ‘소통’ 사이 또다른 경계가 만들어진다.

홍 교수는 “인간에게 해양은 대륙과 대륙을 구분하는 경계이지만, 철새들에게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뛰어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경계이다”라며 “갯벌은 대륙과 대륙을 오가는 철새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절박한 공간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갯벌은 철새들에 의해 소통되고 또한 교류된다.

갯벌은 바다와 섬 사이의 경계성을 형성하는 고립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갯벌 속의 생물을 채취해 온 전통문화를 통해 섬과 섬 경계를 넘는 소통의 공간이다. 이는 갯벌섬에서 생활하는 섬 주민들에 의해 이미 개념화 되었다.

또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비글호 항해기'(The Voyage of the Beagle)에서 육역과 해역의 경계를 부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자연을 조각처럼 구분해 바라보는 시각을 극복하고자 했다. 시·공간이 명확한 기존의 섬 이론을 탈경계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얘기다.

홍 교수는 “기술과 과학의 발달에 의한 물리적 경계의 극복에 따라서 고립과 소통이라는 섬에 대한 인식론적 경계론이나 그에 상응하는 탈경계에 대한 논의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물리적 경계는 존재하지만 생활에서의 경계인식이 상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표적 섬 지역인 서·남해 다도해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생물자원과 문화자원을 보전하고 활용해 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그 생태적 가치를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다와 섬의 인문학, 지구(地球)에서 해구(海球)로의 인식 전환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된 2014년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는 이번 8강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원본기사: http://www.kyeong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925107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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